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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호랑가시나무

  • 작성자오민경
  • 작성일2007-03-06 16:53:37
  • 조회3742



내 어릴 때 크리스마스는 예쁜 카드들의 기억이다.
문방구를 지나칠려면
나는 성냥팔이 소녀가 가게안을 들여다보듯
꿈같은 카드들을 들여다 보고 고르고 사고 했었다.

크리스마스의 색이란 눈처럼 희고 나무처럼 초록이고 열매처럼 빨갰다.
뾰쭉뾰쭉한 초록색 잎과 빨간 열매는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늘 등장했었는데
실제로 그런 나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한국에서는 그런 나무를 본 일이 없었다.
먼 북쪽 산타 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에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흘러 내가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 때 쯤이다.
스위스에서 무슈 장드르 집에 초대받았던 날
무심코 지나친 그 집 울타리를 다시 돌아다보게 되었다.
뭔가 귀한 느낌이 드는 나무가 날 불러 세웠다.
아, 바로 크리스마스 카드속에서 보던 그 나무가 아닌가
가장자리가 바늘처럼 뾰쭉한 짙은 초록잎과
앙증맞은 빨간 열매들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더 늙게 되었을 때 나는 부산엘 가게 되었고
드디어 한국땅에서 그 나무들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유엔 묘지에서 였는데
나는 또 한 번 소녀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던 것이다.
옆의 친구는 이 나무가 호랑가시나무라고 했다.

호랑가시나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천리포 수목원장이시던 故 민병갈씨가 호랑가시나무를 수입했다고 한다.
미국인이던 민병갈씨는 육이오 전쟁 참전 용사로써
최초로 한국에 귀화하신 분이다.
70년부터 충남 태안의 18만평 야산을 사 일구어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천리포 수목원을 일궈내신 분이다.

평생 독신이셨던 그분을 뵙지 못했지만
벽안의 육이오 참전 용사가
전후에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돌아가실때까지 이 땅에 나무를 심으며 살았다는 사실에 고개가 숙여진다.

천리포에는 미국 홀리 소사이어티가 인증하는 호랑가시나무 인증이 있다.
영어로 이 나무를 홀리라고 한다.
Holly -성스러운 나무
나처럼 이 나무를 성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클럽을 만들어
세계 각지의 홀리 나무들을 찾아보고 인증을 해 주는 모임이다.

내가 꿈꾸며 그리워했던 그 나무의 이름은 홀리라고 불리워 마땅하다.
홀리, Holly
오늘도 성스러운 이 나무들은 참전용사들을 성스럽게 지키고 있다.
나는 유엔묘지에 갈 때 마다 용사들의 무덤을 그리고 홀리를 보고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