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정보마당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 누구나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에 감사하고 추모할 수 있습니다.

언론보도

유엔기념공원과 관련한 신문, 잡지 등의 "언론 보도기사 모음" 입니다.

2006.06.23 한국일보/[칼럼] 터키 응원단의 한국전 '참전'

 
[칼럼] 터키 응원단의 한국전 '참전'
 
아시아 끝과 끝에 있는 나라, 한국과 터키. 지리적 거리는 양 극단처럼 멀지만 심리적 거리는 무척 가깝다. 왠지 끌리는 나라가 터키와 한국. 어쩔 때는 지척의 이웃사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근래 맺은 한국과 터키의 인연은 한국전쟁 때였다. 터키는 당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만4천936명의 군인을 보내 남한을 도왔다. 전사자만 1천5명. 이중 462명이 현재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에 묻혀 있다. 피로 맺은 혈맹지우인 것이다.
두 나라의 우정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뜨겁게 나타났다. 나란히 4강에 올라 3, 4위전에서 맞붙었으나 대구월드컵경기장은 결전의 한 판이라기보다는 우호의 한 마당이었다. 5천여 명의 관중은 태극기와 터키국기를 함께 흔들며 두 나라를 동시에 응원했다.
운동경기에서 이런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대구시는 경기가 열린 6월 29일을 '터키의 날'로 정해 우애를 나타냈다. 터키 정부는 그때 선물로 받은 대형 터키국기를 수도인 앙카라의 한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두 나라의 우호관계는 민간과 정부 분야에서 더욱 돈독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은혜 갚음은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고 있다. 한일 월드컵 때 한국 응원단이 터키를 응원해 한국전쟁의 고마움을 표시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터키 응원단이 한국을 응원해 4년 전의 호의에 감사하려 한다.
이에 대해 할룩 울루소이 터키 축구협회장은 "한국이 홈경기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터키인들이 응원해 빚을 갚겠다"며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고 있다.
독일 거주 터키인들까지 합세해 붉은악마와 더불어 공동응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스위스전이 열리기에 앞서 터키 축구팬들이 속속 경기가 열리는 독일 하노버에 집결하고 있다는 보도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구해 입고 초대형 태극기도 준비해 자발적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항공기 탑승권, 경기장 입장권 등 비용은 모두 자신들이 부담한다. 서울에선 주한 터키 주재원들이 거리응원에 동참한다.
물론 터키인들이 집안일처럼 한국을 거들고 나선 이유 중에는 스위스에 대한 '앙갚음'도 있다. 터키는 스위스와 예선에서 대결했다가 패해 이번 월드컵대회 진출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응원물결은 이런 차원을 훨씬 뛰어 넘는 뜨거움이 바탕에 짙게 깔려 있다.
한국-스위스전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하루 전인 24일 치러진다. 50여년 전 한국이 어려울 때 목숨 걸고 도와주었듯이 이번에도 돈과 시간을 기꺼이 쪼개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피의 유사성을 초월한다. 경제, 정치적인 이유로 유럽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터키이지만 기억과 공감의 유전자는 여전히 아시아인인 것이다.
24일 새벽은 축구를 넘어 '형제의 나라' 한국과 터키의 우정이 또다시 꽃피는 날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