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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8 국제신문/ 軍보급품 옮긴 지게까지 전시…한국전 기억하려는 사람들

 

軍보급품 옮긴 지게까지 전시…한국전 기억하려는 사람들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12> 네덜란드에서 찾은 한국전 기록과 흔적들

 

 

▷ 영상: https://youtu.be/cmg3FM2F2hs?si=WUywtPF5MYEANeTS

 

 

- 한국전 파병된 네덜란드 군인

- 5300여 명 중 120여 명 전사
- 현지서 추모흔적 찾긴 어렵지만
- 참전용사협회가 그 노력 이어가

- 반 호이츠 부대 역사박물관서
- 참전추모비·전사자 명단 발견
- 매년 전사자 등 기리는 행사도
- 횡성 전투 등의 자국·한국 군인
- 전투·생활 되새기는 귀한 자료

풍차의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5300여 명의 병력을 한반도로 파병했다. 이 가운데 120여 명이 전사했다. 현재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는 122명이 안장돼 있다. 자국 젊은이가 먼 타국 땅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싸우다 불귀객이 됐지만, 네덜란드에서 한국전쟁의 발자취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한국전쟁보다 자국에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아직도 깊게 남아 있었다. 어렵사리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장소를 찾았다. 이곳에서 한국전쟁을 알리는 데 앞장 서는 네덜란드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 관계자도 만났다.

■이국에서 만난 한국전쟁 


네덜란드 동부 헬데를란트의 아른헴 외곽 지역에 있는 반 호이츠 부대의 역사박물관 내 전시된 지게 사진. 김태훈 PD


네덜란드 동부 헬데를란트의 아른헴 외곽 지역에 있는 반 호이츠 부대의 역사박물관. 이곳에서 한국전쟁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 박물관은 반 호이츠 부대 창설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반 호이츠 부대가 참전했던 한국전쟁도 비중 있게 다룬다.


반 호이츠 부대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장군인 요안네스 베네딕투스 반 호이츠의 이름을 딴 부대다. 반 호이츠 장군은 1851년 2월 태어났다. 그는 네덜란드의 식민지 인도네시아에서 최고직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반란을 막는 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1924년 7월 반 호이츠 장군이 작고한 뒤 그의 공적을 알리기 위해 1950년 창설된 부대가 반 호이츠 부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창설됐다. 그러나 한국 파병을 위해 만들어진 부대는 아니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한국전쟁 참전 추모비가 눈에 들어왔다. 수십 명의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었다. 추모비 아래쪽에 한글로 새겨진 ‘유엔군 소속 화란 부대와 함께 싸우다 전사한 20명의 한국 병사를 위하여’라는 글귀도 찾을 수 있었다.

매년 5월 이곳에서는 네덜란드 한국전쟁 전사자 등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참전용사와 전사자 유족 등이 참석해 ‘롤콜(Roll Call·참전자 점호) 행사’ 등이 진행됐다. 롤콜 행사는 현역 군인이 도열해 전사자 등을 호명하면 ‘프레젠트(Present·여기 있다)’라고 답하면서 그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반 호이츠 부대 역사박물관


지뢰를 밟아 오른 발목이 절단된 한국 군인을 구해 업고 가는 네덜란드 군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

반 호이츠 부대 역사박물관 제공


추모비를 둘러보고 박물관 입구로 들어섰다. 주한미군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미군 제2보병사단의 부대 마크인 ‘인디언 헤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디언 헤드가 네덜란드 군복에 붙은 점이 특이했다. 유엔군 소속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반 호이츠 부대는 미군과 함께 활동해 미군 부대에 소속될 때가 많았다.


미군에 소속돼 현역으로 근무하면 인디언 헤드 마크가 왼팔에 부착돼 인디언의 머리가 앞쪽을 향한다. 다른 부대로 옮기거나 복무를 마치고 네덜란드로 돌아와도 계속 마크를 붙일 수 있었다. 이 경우 오른팔에 마크를 붙여 인디언 머리가 뒤쪽으로 바라보게 된다. 군복에 새겨진 단순한 부대 마크지만, 전쟁 당시 네덜란드 군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를 엮어 만든 ‘지게’도 볼 수 있었다. 한국전쟁 때 네덜란드군이 쓰던 지게다. 여러 보급품을 옮겨야 할 때 주로 이 지게를 활용했다. 전쟁 당시 지게를 지고 보급품을 옮기는 네덜란드 군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박물관에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반 호이츠 부대가 참전한 횡성 전투도 지도 등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1951년 2월 횡성 일대에서 벌어진 이 전투는 부대를 이끌던 덴 오우덴 중령이 전사하는 등 그동안 패전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적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원주 일대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준 전투로 재평가된다.


횡성 전투 당시 사용된 방한모에는 총상 자국이 그대로 남아 당시 전투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방한모의 주인은 반 호이츠 부대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C. 웰헬름 씨다. 그는 북한군의 습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지뢰를 밟아 오른 발목이 절단된 한국 군인을 구해 업고 가는 네덜란드 군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서 10년째 관리·운영 등 자원봉사를 하는 핌 베이난츠(76) 씨는 “두 사람의 이름을 정확하게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둘은 훗날 한국에서 재회해 회포를 풀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베이난츠 씨의 아버지인 윌리엄 베이난츠 씨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베이난츠 씨는 “네덜란드군과 한국군 모두 힘들었지만, 중공군도 마찬가지였다. 일선에 있는 중공군은 총과 보급품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세 번째 전선에 있는 중공군은 이런 보급품이 없었다. 일선의 전우가 죽으면 뒤에서 이를 주워 썼다”고 설명했다.

 

폭스의 회장인 폴 고머즈 씨가 인터뷰하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반 호이츠 부대의 역사박물관에서 10년째 관리·운영 등 자원봉사를 하는 핌 베이난츠 씨가

네덜란드 군복에 새겨진 미군 제2보병사단의 부대 마크인 ‘인디언 헤드’를 설명하고 있다. 김태훈 PD 

 

 

■한국전쟁을 알리는 사람들


반 호이츠 부대의 역사박물관 전경. 김태훈 PD


네덜란드에서 한국전쟁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1977년 결성된 네덜란드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 ‘폭스(VOKS·Vereniging Oud Korea Strijders)’다. 네덜란드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N. 탁 씨가 전우인 레인더르트 슈로이더스 씨 등과 함께 만들었다.


지난달 기준 참전용사 69명을 포함해 유족 등 230여 명이 폭스의 회원이다. 매년 반 호이츠 부대로 이들을 초청해 한국전쟁 추모 행사를 연다. 생환한 참전용사가 숨지면 장례도 돕는다.

한국전쟁을 알리기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전사자의 이름을 그들의 고향 인근 다리 이름으로 붙이는 활동이다. 현재까지 마르세벤, 아이르 반 블란데른, 베르 카메바 등 3명의 전사자 이름을 다리 이름으로 명명했다.

한국전쟁과 관련한 일을 네덜란드 정부에 건의하기도 한다.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있는 미군 유해 송환을 추진하자, 폭스도 네덜란드 정부에 한국전쟁에서 찾지 못한 5명의 행방불명자를 찾자고 제안했다.

폭스에서 부회장 겸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레오 슈로이더스(70) 씨는 “폭스는 주네덜란드·주벨기에 한국대사관 등과도 소통한다. 주네덜란드 한국대사관과 오는 10월 참전용사의 전쟁 당시 사진과 현재 사진을 함께 보여주는 전시회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N. 탁 씨와 함께 폭스를 결성했던 참전용사 레인더르트 슈로이더스 씨다.

현재 폭스의 회장인 폴 고머즈(77) 씨는 “최근 참전용사가 계속 돌아가시고 있다”며 “폭스는 이들을 계속 기억해 나가는 일을 할 것이다. 반 호이츠 부대 역사박물관을 활용해 한국전쟁을 알리는 역할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머즈의 아버지인 헨드릭 고머즈 씨도 네덜란드 한국전쟁 참전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