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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6 국제신문/ Paju Walk, 훔친 중공군 나팔…英 글로스터엔 한국전 자취

 

Paju Walk, 훔친 중공군 나팔…英 글로스터엔 한국전 자취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18> 영국서 찾은 한국전 기록

Paju Walk : 경기도 ‘파주’를 붙인 지명

 

 

▷ 영상: https://youtu.be/SsmvyAFYy2c?si=W4WyQn7Gv_I_OPBp

 

 

- 임진강 전투 참전 글로스터 연대

- 600여 명 중 생존자 67명 불과
- 2013년 파주 시민들 성금 모아
- 영국 유일 한국전쟁 전시관 마련

- 모든 참전자 이름 새긴 ‘임진 롤’
- 포로로 잡혀있을 때 만든 십자가
- 임진강전투 현장 체험 모형까지

- ‘임진배럭’ 등 韓 관련 지명 부여
- 파주시는 코로나 때 키트 지원도
- “인연 계속 … 전시관 더 키울 것”

영국에서 한국전쟁의 발자취를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도시 중 하나는 글로스터다.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글로스터셔주의 글로스터에는 ‘임진 배럭(Imjin Barracks)’ ‘파주 길(Paju Walk)’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을 찾아볼 수 있다. 글로스터 중심부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길에서 만난 글로스터 주민도 아직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있다.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 인근에서 만난 킴 캐런(여·52) 씨는 “한국전쟁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한국과 북한의 좋지 않은 분쟁이었다. 지금의 한국은 외국과 교류하면서 지내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아 자유가 없는 북한 사람의 안위가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영국 잉글랜드 글로스터셔주 글로스터의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 한국전쟁 전시관에 전시된 물품들.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 전시된 제임스 파워 칸 중령의 포로 생활 모습.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의 어린이 체험 시설에 마련된 임진강 전투 현장 모형. 김태훈 PD

 

■영광스러운 글로스터


영국의 유일무이한 한국전쟁 전시관이 있는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1694년부터 현재까지 글로스터셔 지역 군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한국전쟁도 전시관을 따로 마련할 만큼 비중 있게 다룬다. 글로스터셔 연대가 한국전쟁에 참여해 치른 임진강 전투(설마리 전투) 때문이다.

1951년 4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일원에서 펼쳐진 임진강 전투는 글로스터셔 연대가 중공군 3개 사단에 맞서 싸웠던 혈전이다. 피해는 심각했다. 글로스터셔 연대원 600여 명 중 500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생존자는 단 67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로 진격하던 중공군을 3일간 저지하면서 다른 아군 부대가 서울 방어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이 전투로 글로스터셔 연대는 ‘영광스러운 글로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박물관 내 한국전쟁 전시관에 들어서자, 임진강 전투와 관련 자료를 바로 볼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쟁 포로가 된 글로스터셔 연대 제임스 파워 칸 중령의 이야기였다. 칸 중령은 임진강 전투에서 포로로 잡혀 18개월 넘게 독방에 감금됐다. 온갖 고문과 회유 속에서 칸 중령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산 화강암 덩어리와 녹슨 못을 사용해 원과 십자가가 결합한 형태의 ‘켈트 십자가’ 조각을 만들었다.

켈트 십자가는 포로로 잡힌 다른 장병의 미사를 보는데 사용됐고, 그들만의 종교 행사는 포로수용소에서 사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후 그해 10월 14일 다른 포로와 함께 글로스터로 무사히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칸 중령은 켈트 십자가 조각을 영화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글로스터 대성당에 헌정했다. 현재 박물관에는 모조품이 전시돼 있다.

임진강 전투에 참전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임진 롤(Roll)’도 눈길을 끌었다. 전사자뿐만 아니라 전투에 참전한 모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영국군의 신부, 조리사 등의 이름도 있다. 보통 전사자만 따로 새기지만, 모두의 이름을 넣어 전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공군이 소통할 때 썼던 나팔도 전시돼 있었다. 글로스터셔 연대 소속 군인이었던 바스(Bass) 씨는 1951년 2월 16일 중공군으로부터 이 나팔을 훔쳐, 힘차게 불었다. 당시 영국군이 중공군의 나팔 소리에 심리적으로 동요할 때가 많았는데, 바스 씨가 나팔을 훔쳐 불면서 다른 영국군 전우는 위로와 격려를 느꼈다. 갑작스러운 나팔 소리에 혼돈을 느낀 중공군이 총격과 포격을 잠시나마 멈추는 효과도 있었다. 이외 한국전쟁 때 쓰였던 태극기, 중공군 소총, 글로스터셔 연대 배지, 훈장 등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별도의 공간에는 임진강 전투 현장이 작은 모형으로 제작돼 어린이 체험 시설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는 망원경으로 전투 현장을 살펴보면서 영국군과 중공군 탱크를 찾는 놀이를 할 수 있다.

 

 

 

■글로스터와 파주의 인연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서 글로스터 부두로 이어지는 파주 길의 안내판.
 

 

박물관에 관한 추가 설명을 듣기 위해 매튜 홀든(38)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우선 한국전쟁 전시관 조성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2013년에 파주 시민의 성금으로 이곳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우리는 파주시와 굉장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는 안전 키트 10만 개를 보내오기도 했어요. 글로스터 시민도 이런 일에 감사를 표합니다. 한국전쟁 때의 인연이 계속돼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어 한국전쟁에 관한 자신의 소신도 전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국가 간 분쟁이란 게 굉장히 소모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최근에 한국을 방문해 젊은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한국과 북한은 이제 너무 다른 나라가 됐습니다. 통일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근데 다르다고 해서 평화롭게 못 지낼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 방문 때 찾았던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받았던 느낌도 이야기했다. “유엔기념공원은 감동적이면서 슬프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국전쟁과 관련한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어 여기서 경의를 표할 수 있단 사실이 굉장한 영광이기도 했습니다. 영국군 등 모든 안장자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기도 했습니다. 묘지에 새겨진 이름을 볼 땐 안장자를 잃어야 했던 유가족 등의 고통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글로스터 내 한국과 관련한 지명도 더 많아지길 바라기도 했다. “저의 일에 자부심이 상당히 크기에 언젠가 글로스터의 모든 지역이나 길 이름이 한국 관련 지명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영국 사람도 한국 관련 지명이 자신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라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현재 글로스터 인근의 나토(NATO) 연합 신속대응군 기지는 임진 배럭으로 불린다.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서 글로스터 부두로 이어지는 길은 파주 길로 지정되기도 했다. 파주에서도 감악산 출렁다리를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로 부르고 있고, 감악산 인근의 영국군참전기념비에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 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는 향후 한국전쟁 전시관의 확대도 공언했다.

“글로스터셔 지역 군대가 참전했던 전투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지역 주민이 중요도를 매기면 임진강 전투가 항상 첫 번째예요. 임진강 전투에 참여했던 글로스터셔 연대원이 도망보다 최선을 다해 싸우는 걸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은 한국과 연계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전시관을 더 크게 키울 생각입니다.”